54분 2001-04-06 금 그 남자 헌제(김일우)는 서른 넷의 이혼남이다. 딸을 하나 두고 있고 동화 삽화가로 일한다. 예민하고 대인 기피증이 있고, 때로 심한 자기 열등감에 빠지는 그에게도 그를 사랑하는 여자가 있다. 그것도 둘씩이나. 그러나 한 여자는 그의 자기 폐쇄적인 면에 지쳐서 떠나가며, 다른 한 여자는 그의 이런 면을 궁굼해하며 적극적으로 다가온다. 떠나가는 여자의 이름은 연화다. 연화(고정민)는 애 딸린 이혼남과의 결혼을 반대하는 부모님 때문이기도 하지만 언제나 자기 안에 갇혀 움직일 줄 모르는 헌제에게 지쳐 그를 떠난다. 미련을 가들 남긴채, 헌제는 연화와의 이별로 더욱 굳어진 자신의 껍직 속으로 들어간다. 그런 그에게 어느 날 다가온 씩씩한 여자, 그녀는 명신(조하나)이다.어설프게 팔동작을 해대다 팔 빠지고 턱 빠지고, 헌제는 아줌마들 틈에 섞여 수영을 배운다. 씩씩하게 외쳐대는 스물 일곱의 명신의 구령에 마춰서. 철인 삼종 경기와 레슬링, 수영 등 모든 운동에 달인인 명신은 헌제의 그런 어설픈 모습에 호기심이 생긴다. 그렇게 다가가기 시작한 명신은 헌제의 단단한 껍질을 자신만의 엉뚱하고 적극적인 방식을 하나씩 뚫고 들어간다. 어리둥절 휘말려 들어가는 헌제, 그러나 헌제의 가슴엔 연화에 대한 그리움이 늘 함께 한다. 더구나 떠나갔던 연화는 다시 헌제 앞에 나타나 자신의 결혼 소식을 알린다. 헌제의 흔들림, 그 날 술에 잔뜩 취한 헌제를 명신이 업어다 밤새 보살핀다. 그러나 갑자기 진전되 듯한 두 사람의 관계를 두고 헌제는 부담스러워 한다. 명신은 아랑곳하지 않고...헌제의 화실 벽엔 연화의 흔적이 있다. 늘 연화를 떠올리게 만들던 흔적이.어느날 명신이 페인트를 가져다 헌제의 허락 없이 그 벽을 깨끗이 지우자 불같이 화를 내는 헌제를 보며 명신은 섭섭하기만 하다.